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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입니다.

 

 

― 전주역사박물관 「개성 만월대, 서로를 잇다」 기획전에서 얻은 묵직한 교훈

📍 전주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 : 2023.05.02~2023.07.23
🎪 전시명 : 개성 만월대, 서로를 잇다


1. 고려의 궁궐, 만월대… 그리고 분단의 역사

918년,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하고 그 다음 해인 919년 개성을 수도로 정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새롭게 지어진 궁궐이 있었고, 이후 이곳은 ‘만월대(滿月臺)’라 불리게 됩니다. 고려의 정치와 문화를 이끈 공간, 그리고 오늘날 남북이 함께 발굴한 유적이죠. 그러나 이 궁성은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타고, 수백 년이 흐른 뒤 분단이라는 또 다른 불길 속에 남북이 나뉘며 다시금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잊힌 것 같았던 만월대가, 이제는 역사를 함께 복원하는 상징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2. 남과 북이 함께한 발굴, 손 내민 시간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북은 총 8차례에 걸쳐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합의한 이 조사는, 문화재청과 통일부의 지원으로 이뤄졌고, 약 17,9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하며 약 2만㎡ 규모의 궁성터를 복원해냈습니다. 이건 단지 흙 속의 유물을 캐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분단을 넘어 다시 손을 맞잡는 작업, 공통의 역사와 뿌리를 인정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정치적 대립도, 군사적 갈등도 잠시 뒤로한 채 오롯이 ‘같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협력한 희귀한 사례였습니다.


3. 그 전시는 묻고 있다, “왜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가?”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잇다’는 말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지금, 그 약속들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4.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사라진 희망의 약속들

6.15 공동선언은 분단 이후 처음 남북 정상이 만나 체결한 선언입니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약속,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문화교류를 약속했던 그 선언. 10.4 공동선언은 6.15의 정신을 계승하며 상호 존중, 군사적 신뢰구축, 경제협력 확대, 남북 공동어로수역 지정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포함한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약속은 오늘날 그림자처럼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민간의 협력조차 위축된 현실 속에서 선언은 말뿐인 유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5. 박물관에 갇힌 평화

전주역사박물관의 이 전시는 말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궁궐은 복원하면서, 현재의 약속은 왜 복원하지 않는가?” 흙 속에 묻힌 금속활자는 발굴되었지만, 서명된 선언문은 여전히 먼지 속에 갇혀 있습니다. 사람들은 유물을 보며 감탄하고, 공동발굴의 가치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오늘의 남북은 다시 갈등의 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으며, 공동 문화행사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심지어 공동 유적지인 만월대 발굴조차 중단된 채, 한때의 뉴스로만 남았습니다.


6. 이제는 선언을 복원할 시간

남과 북이 만월대에서 함께한 땀과 협력, 그것이 평화의 유산입니다. 이제는 유물이 아닌 신뢰와 약속을 복원할 때입니다. 분단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작은 신뢰의 실천입니다. 하나의 유물, 하나의 문화행사, 하나의 대화가 통일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시장을 나서며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가?”


7. 마무리하며 — 남과 북, 다시 서로를 잇자

개성 만월대는 단지 고려의 유적이 아닙니다. 그곳은 남과 북이 함께 작업을 했던 기억의 공간, 이념과 체제를 넘어 서로를 인정했던 흔적입니다. 역사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바꾸고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이 조용한 평화의 외침을, 이제는 정치가 아닌 시민들이 먼저 듣고,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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